2009년 08월 23일
<두 번째 여행 – 7월 30, 31일, 8월 1일. Písek, Bechyné, České Budějovice, Soběslav >

두 번째는 Bechyné에 숙소를 잡아 놓고 가까운 도시로 소풍 가듯이 다녔다.

우선 가는 길에 Písek을 들렀다. 이름 뜻이 모래인 것을 보면 예전에 모래가 많이 나던 지역이었을 것이다. 체코에서 최고로 오래된 돌다리가 있는 마을이다. 프라하에 있는 까를다리 보다 1세기 먼저 만들어졌고, 길이는 111m. 다리 주변으로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서 있어서 멋이 조금 떨어졌지만, 13세기에 지어졌다니 당시엔 이 마을이 왕의 도시보다 훨씬 더 부유했었나 보다. 강 주변으로는 고딕 수도원이 있었는데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잊지 않고 들러 줘야만 하는 박물관prácheňské muzeum! 역시 멋진 프레스화를 가지고 있었다. 중세시대 사용되던 물건들보다 매력적인 것이 건축물이고, 그 건축물에 남아있는 클렌바와 프레스코화.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바로크 건축물과 바로크 예술은 그 화려함에서 묻어 나오는 역사적 잔인성 때문에 정 떨어지지만, 고딕과 르네상스는 그 단순함이 정스럽다. 그 시대도 물론 유럽은 종교라는 지옥 속에서 앞을 못 보던 시기였으니, 아마도 세월이 많이 흘러 고딕 시대의 화려함이 바래서 정스럽게 느껴지는 것일 거다.     

새로 생긴 멋진 문화센터sladovna kulturní prostor가 하나 있었는데 (사실은 거의 반 나절 이상을 그 문화센터 안에서 전시 보느라 시간을 다 보냈다)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고전 회화 전시와 마리오네뜨 인형 전시, 그리고 체코 애니메이션과 일러스트가 함께하는 전시가 있었다. 넋 놓고 얼마나 오랫동안 봤는지 모르겠다.

숙소로 있었던 Bechyné는 옛날부터 도공들이 거주했던 지역이다. , 돌 언덕 위에 자리잡은 궁전에서 내려다보면 그들이 거주했던 지역들이 보인다. 지금도 도자기 마을로 알려져 있고, 도자기를 가르치는 전문 학교와 도자기 박물관이 있다.

도착한 날, Bechyné 궁전을 찾았을 때, 복원사들이 외벽의 프레스코화를 복원하고 있었다.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지만, 나는 여행하면서 이런 것들을 보는 것이 즐겁다.

궁전 가까이에 수도원이 하나 있는데 프란체스코회 수도원이었단다. 5명 이상이 모여야지만 수도원을 가이드와 함께 관람을 할 수 있는데 5명이 모이지 않아 하루 반을 기다려 4명이 겨우 모아져서 수도원을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아직까지 복원을 하지 않아 부서진 부분들도 많았고, 손봐야 할 곳도 많았지만 수도원 안에 있는 성당 천장을 봤을 땐, „~!“ 절로 경탄이 나왔다. 체코의 어느 여류 유리작가가 이 고딕식 천장에서 영감을 얻어서 만들었다는 작품이 떠올랐다. 이런 것들을 보면, 정말 작품에 영감이 저절로 생기겠다, 싶었다.

사진을 못 찍었다. 촬영 금지... 그래서 엽서 산 것을 찍어서 올린다.

아주 작은 도시여서 찾는 이가 없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독일 관광객들과 네덜란드 관광객들로 구시가 광장이 가득 차더라. 그들은 그곳에서 이틀을 꼬박, 숙박까지 하고 갔는데 뭘 하고 갔을까?

만약에 한국 관광객들을 그곳에 내려 놓고 마을을 둘러보고 시간들을 보낸 뒤, 내일 저녁에 출발하겠다고 한다면, 아마 컨플레인이 나도 단단히 날 것이다. ㅋㅋ  

이틀째 간 곳은 České Budějovice.

가까운 곳에 멋진 성이 있는데, 나는 그곳을 포기하고 740년의 역사를 가진 이 도시를 선택했다.

Český Krumlov를 가려면 늘 거쳐 지나가는 곳이다. 오리지날 체코 버드와이저(Budvar) 맥주를 생산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내가 가고 싶었던 이유는 역사적으로 왕보다 더 많은 부와 권력을 지녔던 Český KrumlovVítek 이라는 가문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도시였기 때문이다. Otakar 2가 처음 도시를 만들었고, 룩셈부르크의 Jan과 그의 아틀 Karl 4가 많은 공을 들인 도시였다. 남 보헤미아 지역의 기술, 경제, 상업의 중심지였다.

도시는 역시 깔끔했고, 옛날의 부와 권력을 보여주는 멋진 건축물들에는  프레스코화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도착한 날, 광장에 있는 바로크식 분수samsonova kašna를 보수하고 있었는데, 보수하는 사람들이 전부 잠수복을 입고 있었다.

체코 사람들이랑 여행하면 완전히 그곳을 섭렵하고 돌아온다. 역시나 골목 골목 거의 모든 골목들을 다 돌아봤다. 유리 전시를 하는 작은 곳을 방문했고, 시청사 건물 안까지 들어가서 Michal Gabriel이 디자인하고 Zdenék Lhotský 유리로 캐스팅한 작품을 봤다.

점심 식사를 한 곳은 Masné Krámy. 까를 4세 때 고기를 부위별로 팔던 가게였다. 원래는 다른 곳에서 가축을 잡아 팔았었는데 까를 4세가 위생적이지 않다며 이 건물을 짓게 했다. 건물 안은 원래 작은 가게들로 되어있어 각각의 가게에서 도살된 동물의 고기를 부위별로 팔았다. 현재는 맥주집으로 바뀌었고, 이 집에서 직접 만든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식사 후, 간 곳은 도미니칸 수도원dominikánský klášter! 역시 프레스코화!!!

수도원에 있는 성당 벽에 남아있는 프레스코화 중 몇 몇 이야기는 알아볼 수 있었다. 성 크리스토퍼가 아기 예수를 어깨에 메고 강을 건너는 장면, 성 바르보라, 예수 십자 수난사 등... 수도원 안쪽은 한창 복원 중이었는데, 카메라 건전지가 다하는 바람에 찍지를 못했다.

여행을 하는 동안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읽고 있었는데, 그 책 때문인지 수도회의 이름과 그 수도회 수도사들이 거주했던 수도원을 볼 때, 예전에 보던 것과는 달리 각각의 수도원의 성격들이 보였다. 재밌다. 이렇게 수도원들을 돌아보다 보니, 다른 수도회의 성격들도 알고 싶어졌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한번 좍 뒤져서 봐야겠다.

<장미의 이름>을 작년에 읽었더라면, 오스트리아에 있는 멜크 수도원을 갔을 때 좀 더 즐거운 시각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멜크 수도원은 베네딕트 수도회다.

3일 째는 Bechyné에서 도자기 전시회가 있어서 오프닝 보고, 어느 도자기 작가의 자동차를 얻어 타고 Soběslav로 갔다. 계획에 없었던 도시였고, 단지 그 곳에서 어느 다른 도자기 작가의 전시가 있다고 해서 잠시 들러 본 곳이다. 전시된 작품은 그냥 그랬다. 이름을 외우지 못하는 이 작가는 소품보다는 건축용 인테리어 도자기 작품이 훨씬 매력적이었다.

전시된 작은 채플의 천장이 깔끔하고 예뻐서 사진 몇 장 찍었다.

그리고 우연히 마을 광장에 있는 어느 성당의 천정에서 고딕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는 천정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정말 이런 천정이 좋다.

 

Milan, děkuji~

by pinkartsong | 2009/08/23 20:52 | 방탕?방랑? (Cestovni)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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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8/24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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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pinkartsong at 2009/08/24 22:26
체코 사람들은 버섯 따러 숲에 많이 다니기 때문에 버섯에 관련된 책들이 아주 잘 나와 있다. 그림도 다 그려져있고, 설명도 잘 나와있고. ㅎㅎ
그래서 내가 새삼스럽게 그림을 그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그냥 사서 보면 되지 뭐. ㅎㅎ
Commented at 2009/08/25 21:1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pinkartsong at 2009/09/12 05:54
면역성 키워주는 차가버섯 액기스를 물에 타서 먹고 있다. 건강 걱정은 안해도 된다.

학교 가서 기숙사 등록하고, 다시 프라하 올라와서 알바 뛰고... 정신 없이 보내다보니 이제야 답한다.
잘 지내나?
Commented at 2009/08/2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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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pinkartsong at 2009/09/12 05:56
응. 이 다음 여행이 최고였는데, 시간이 없어서 올리질 못하네.

개강했으니 또 강의 나가겠구나. 열심히 뛰다보면 좋은 날 올거야.
Commented by hanboss at 2009/11/03 22:36
오랫만이다. 여긴 일주일 사이에 겨울이 와버린것 처럼 춥다. 거긴 더 춥겠지? 갑자기 얼마전에 너랑 통화한게 생각이 났다. 내가 아주 정신이 없을 때였지..^^;; 지난주말에 헤이리 근처 방두개짜리 집으로 분가했다. 전세 4000이니까 엄청싸게 운좋게 구한거다. 1년내내 분가하는 것때문에 머리가 좀 아팠다. 그래도 어쨌든 나왔다..나는 지난번에 니가 뭔가 도움을 청할게 있어서 전화를 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어렴품하지만 몇번 들었었더랬다.^^ 이제와 야그하자니 민망하지만..너의 여행기록들은, 2년 세월이 지나니 처음엔 지붕이며들판이 친숙하더니, 요즘엔 남의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여기선 바싹 흉하게 말라버리는 것 같다..안그렇게 사는 사람도 많은데 말이지............
Commented by pinkartsong at 2009/11/13 08:44
ㅎㅎ 분가 하셨군요. 아저씨가 좋아하시겠어요. 싸게 잘 구하셨네요, 요즘 같이 비싼 세상에 말입니다.
저는 잘 지냅니다. 아주 잘... 어제는 몇년 만에 행복하다는 일기를 썼었는데, ㅋㅋ 오늘 작업하던 유리가 깨져 버렸어요. 몇 주 상간, 작업하던 유리가 자꾸 깨져서 속상해하는 일 말고는 그럭 저럭 적응 잘하고 삽니다. 이제는 돈 걱정도 적응이 되는지 그냥 저냥 생각 없이 지냅니다. 맘 편해요.
뭐 필요해서 전화드린 거 아니었구요, 인터넷 전화기 생긴 기념으로다가 전화한 거예요.

몇 주 전에 한겨레 신문에 난 박노자 칼럼을 읽었는데... 정말 참 잘 썼더라구요. 참, 잘도 썼다 싶어서 인터넷으로 어떤 사람인가 찾아 봤더니, 글쎄 백인 얼굴을 가진 사람이 떠서 화들짝 놀랬어요. 나보다 한살 어린 사람이었는데...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참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이곳에서 살면서 이곳을 얼마나 이해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는가... 하는 뭐... 쩝... 그런... 부끄럽더군요.
그래서 친구한테 체코 들어올 때 <박노자의 만감일기>라는 책 한권 사오라고 부탁했습니다.

거긴 참 흉흉하지요?
평생 운동하며 사시겠다던 선생님이랑 몇 주 전에 통화 했었는데, 선생님 왈 "송미야, 여긴 더 이상 희망이 없다" 그러시는데... 마음이 몽땅 내려 앉는 것 같았어요.

저는 학교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똑같이 늘 몇 발자국 떨어져서 관망만 하고. 심지어 이제는 한국 인터넷 뉴스들을 보기도 싫어하고... 그래서 블로그에 글 올리는 것도 하지 않고... 그러고 있습니다.

자꾸만 진중권이 오마이뉴스랑 했던 인터뷰에서 했던 말만 뱅글 뱅글 돌아요. 한국은 자꾸 뭔 일들이 터지니까 재미있지만 정신없고 유럽에 살면 심심하다던... 표현이 정확한지 모르겠네요. 읽은 지 오래되어시리... 대충 그런 어감 같았는데 말이죠. 백번 이해하는 그런 말이었어요. ㅎㅎ

힘내세요. ㅎㅎ 상투적이지만... 그래도 독하게...

내년 봄에 함 들어갈라고 했는데, 가을이나 되어야 시간이 날 것 같습니다.
나중에 또 전화 할게요. 언니, 홧팅이요~!!!
Commented at 2009/11/12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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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pinkartsong at 2009/11/13 08:49
인터넷이 생기면서 많이 편해지기도 했지만, 네 말처럼 많이 야속해지기도 했다. 그치? ㅎㅎ
뭔 말 한 마디 하는 것도 한 사람 눈치만 봐서 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 눈치를 봐 가면서 해야하니 말이야.

잘 모르긴 하지만, 여긴 괜찮다. 엽서 사진 갖고야 뭘...
첨엔 몰랐는데, 요즘엔 여기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 보다 덜 계산 적이지 않나 싶다. 아직도 아날로그에 더 익숙한 사람들...

가끔 인터넷을 보면 신종 플루, 신종 플루, 난리도 아니던데 손 발 잘 씻고 양치질 잘 하고 조심하렴.
여긴 신종플루고 뭐고 별로 신경도 안쓴다. ㅎㅎ
Commented at 2009/11/1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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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pinkartsong at 2009/12/11 01:32
답이 늦었죠? ㅎㅎ 고마워요 언니~~~
안보내셔도 괜찮아요. 담배 끊어 볼까 생각 중입니다. 끊을 수 있을지 몰라도 시도 해 봐야겠어요.
요즘 숨 쉬는게 힘들어서리... 가슴도 쪼까 아프고... 신종 플루 걸린 줄 알고 학교도 안내려가고 있었는데, 그게 담배 때문인 것 같아요. ㅋㅋ
하루 담배 안폈더니 괜찮더라구요. ㅎㅎ

언니는 잘 지내세요?
메일 보낼게요~
Commented at 2009/11/1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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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pinkartsong at 2009/12/11 01:37
잘 지내나?
요즘은 블러그에 잘 안들어와지네.
글 올리는 것도 귀찮고... 맹탕 그러고 있다.
작업하는 족족 깨져서 지금 잠깐 쉬고 있다. 의지만 갖고 될 것이 아니라서리...
요즘은 뭐하고 지내노?
건강 조심해라. 손 자주 씻고, 양치 자주하고. 그것만 자주해도 감기에서 조금 멀어질 수 있다.
여기도 신종플루 때문에 조금 시끄럽다.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학교 있는 동네에 2명 죽고, 학생 1명 걸렸고. 전국에 총 5명 사망했다는데 상황을 더 봐야지 뭐.
나는 건강히 잘 있다. ㅎㅎ 너도 건강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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